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친견법회
5월5일까지 100일 동안 공개
약탈된지 647년만에 일시귀환
5월11일까지 대마도 관음사로
되돌아가야 하는 기구한 운명
예경 대상일 때 가치가 빛나는
성보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돼
대마도 박물관으로 이운한 뒤
한국불교계와 상호 전시 통해
신뢰 쌓으면서 반환 추진해야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은 고려 말기인 1330년 서산 부석사에 봉안된 불상으로 1378년 왜구의 침입으로 강제 약탈돼 일본 대마도로 유출됐다. 문화재 절도범에 의해 2012년 국내로 반입되면서 약탈문유산에 대한 환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한국 대법원은 시효취득을 통해 일본 사찰에게 소유권이 있다며 대마도 관음사의 손을 들어줬다.
부석사(주지 원우스님)는 대마도 관음사로의 불상 반환에 앞서 1월25일부터 5월5일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까지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부석사 봉안 100일 친견법회’를 봉행하고 있다. 647년만에 원소장처 부석사로 모셔왔지만 한시적 봉안조치일뿐이다. 100일 친견법회 동안 기구한 운명의 불상이 반드시 고향으로 되돌아오길 염원하며 전국에서 몰려온 스님과 불자, 더 나아가 국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예년의 4월 주말이면 하루 평균 2, 300여 명이 부석사를 찾아왔지만 올해는 하루 평균 1000명을 훌쩍 뛰어넘는 인원이 부석사를 찾아온다. 100일 동안만 친견할 수 있는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을 친견하기 위해서다. 불자 여부는 물론 남녀노소할 것 없이 다양한 이들이 친견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조계사 신도인 김용안·이갑순 부부도 4월10일 오후 서산 부석사를 찾았다. 집안 제사를 모신 뒤 ‘백제의 미소’ 서산 마애여래삼존불상을 친견하고 곧바로 부석사로 향했다. 부석사 설법전에 들린 김 씨 부부는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영구적인 환지본처(還至本處)를 기원하며 <천수경>을 독송하며 부처님께 기도를 올렸다. 이 부부는 “언론을 통해 부석사 불상의 기구한 역사를 들어 근처에 오는 김에 꼭 친견하고 싶어 찾아오게 됐다”면서 “많은 이들이 간절하게 원래 봉안했던 부석사로 다시 모시길 기원하는 만큼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오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 씨 부부처럼 100일간의 친견법회 동안 부석사를 참배하는 이들의 마음은 하나다. 약탈로 인해 600년 넘게 이국땅에 머물다가 고향을 찾아온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이 100일간의 한시적 봉안이 아닌 영구히 부석사에 봉안돼 불자에게는 신앙적 귀의처로, 일반 국민에게는 마음의 안식처가 되길 서원했다.
금동관음보살좌상을 친견하기 위한 행렬이 이어지면서 부석사는 설법전 내부에 ‘반드시 고향에’ ‘모두의 간절한 염원이 성취되는 그날까지’라는 입간판을 세우고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이 본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응원과 소망의 메시지를 방명록에 남기도록 안내하고 있다. 방명록에는 참배객들의 간절한 서원이 빼곡하게 담겨져 있다. 서울에서 온 김영림 씨는 “부처님 다시 뵙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를, 심홍섭 씨는 ‘관세음보살님 자비로 온 인류가 행복하길 바랍니다’라고 방명록에 남겼다. 자원봉사자로 나선 부석사 신도들은 어린 아이에게는 방명록 작성 대신 그림을 그려줄 것을 요청한다. 금동관음보살좌상을 봉안한 설법전 불단 위에 올려놓은 그림에는 ‘관세음보살님 사랑해요. 꼭 다시 만나요♡ 꽃보다 예쁜 관세음보살님’라는 문구가, 긴 실을 이용해 하트모양을 만든 작품에는 ‘관세음보살님 사랑해요’라는 문구를 적혀 있는 등 불상이 되돌아오길 바라는 서원만큼은 나이가 많고 적음은 상관이 없음을 보여줬다. 부석사 주지 원우스님 또한 틈나는 대로 설법전을 찾아 참배객들에게 불상을 소개하면서 영구한 환지본처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부석사는 100일 친견법회 초기에는 하루 3번 예불 모두를 금동관음보살좌상을 봉안한 설법전에서 올렸다. 하지만 참배객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 올리는 사시예불 만큼은 본전인 극락전에서 모신다.
왜구에 의한 약탈 후 600년 넘게 이국땅에 머물던 기구한 운명의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은 5월11일까지 대마도 관음사에 돌려주기로 약속한 만큼 또 다시 일본 대마도로 되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대마도 관음사로 되돌려주기로 한 날을 20일 앞둔 4월21일 현재에도 문화재 절도범에 의한 도난 당시 봉안돼 있던 대마도 관음사가 유력한 봉안처로 추정될 뿐,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운해 어디에 모실지조차 어느 하나 확실한 게 없는 상황이다. 대마도 관음사는 규모가 작은 무인(無人)사찰이다. 서류상 대마도 서산사 주지 다나카 세스료스님이 관음사 주지를 겸임하지만, 80대 마을 주민이 한번씩 들러 관리할 뿐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대마도의 관공서는 대마도 박물관에 봉안할 것을, 사찰은 관음사에 봉안하겠다며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불상의 손가락 부분이 구멍이 날 만큼 부식도 상당부분 진행돼 보수가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로서는 대마도 관음사로 다시 모셔가 사실상 방치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성보(聖寶)는 스님과 불자들로부터 예경의 대상이 될 때 그 가치가 가장 빛나는 법이다. 국적은 다르지만 모두가 불제자인 만큼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불교적인 해결법인지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때다.


■ “외교협상으로 문제 매듭짓자”
[인터뷰] 부석사 주지 원우스님

“법원에서도 인정했듯이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이 약탈문화재임이 분명함에도 찾아오지 못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우리 정부가 일본과의 외교적인 협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합니다. 영구임대방식으로라도 다시 모셔올 수 있길 간절히 바랄뿐입니다.” 4월10일 서산 부석사에서 만난 주지 원우스님은 “100일 친견법회를 통해 많은 분들의 염원을 확인한 만큼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이 다시 원소장처 부석사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다함께 지혜를 모으고 더 열심히 기도 정진하겠다”고 서원했다. 원우스님은 2013년 부석사 총무 소임에 이어 2015년부터 주지 소임을 맡고 있는 만큼 수차례 일본을 오가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의 환지본처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왔다.
스님은 부석사 불상이 대마도 관음사로 다시 돌아갈 확률이 가장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관음사는 사실상 불상을 방치할 뿐만 아니라 참배할 신도 또한 거의 없다고 지적이다. “관음사 인근 지역에 가보면 골목에 다니는 사람을 거의 볼 수 없을 만큼 인적이 드물고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가 대부분이죠. 약탈문화재를 인구도 없는 지역의 무인사찰에 다시 모셔간다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됩니다.”
원우스님은 5월11일까지 대마도 관음사에 돌려주겠다는 약속만 있을 뿐, 불상 반환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어느 하나 정해진 게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원우스님이 지난 3월 대마도를 방문했을 때도, 관음사는 이운 절차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은 채 보존처리를 위한 기초작업인 3D 스캔 작업조차 한국이 아닌 일본에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원우스님은 최소한 불상이 대마도 관음사로 이운해 방치되는 일만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석사 불상이 대마도박물관에 봉안된다면 대마도를 찾는 한국관광객들이 친견할 수 있는 데다가 향후 한국 불교계와의 상호 교류 및 전시 사업 등 협력을 통해 상호신뢰도 쌓아나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예경해야 할 신앙의 대상인 성보를 또 다시 무인사찰에 봉안하는 건 관리는커녕 사실상 방치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외교적 협상을 통한 원만한 합의점 도출이 시급할 때입니다.”